역시 제 생각을 정리할만한 좋은 비판 포인트에 대해 기록을 남깁니다. 인용글 답글도 달았습니다.
가치저장 우수성을 더 중요하게 보느냐 교환수단 우수성을 더 중요하게 보느냐의 관점 차이는 저희의 생각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어서 빠른 시간 안에는 설득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생각할 거리로 남겨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몇 가지는 추가 반론을 제기드려야 할 것 같아서 양해 부탁드립니다.
1. 금이 성공적인 가치저장수단이 된 이유를 "산업수요"에서 찾는 것은 근거가 떨어집니다. 오히려 현대 들어 늘어난 산업수요는 좋은 돈으로서 금에게 추가적인 결함이 생겼다는 견해가 더 정확합니다. 금이 역사적으로 좋은 돈이 된 이유는 산업적으로 유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희소하고, 잘 부식되지 않고, 쉽게 검증 가능하며, 오랜 시간 높은 stock-to-flow를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금이 화폐로 기능한 수천 년의 대부분 기간 동안 전자·기술 산업수요는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산업수요가 크다는 것은 좋은 돈이 되기 위한 결정적 장점이라기보다 결함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산업수요가 클수록 그 자산의 가격은 경기순환, 기술대체, 공급망 변화, 규제 변화에 더 크게 노출됩니다. George Selgin("Synthetic Commodity Money", 2015), 사이페딘 아모스(비트코인 스탠다드), Ricardo Pérez-Marco(CNRS 수학자, "Bitcoin and Decentralized Trust Protocols", 2016) 등에 따르면 산업적·비화폐적 수요가 큰 것은 오히려 화폐가치 안정성에 충격을 주는 요인으로, 좋은 돈이 되기 위한 결함으로 작용합니다. Pérez-Marco는 은(사진·태양광 패널), 백금·팔라듐(촉매변환기)이 금보다 열등한 화폐인 이유가 바로 산업수요라고 명시합니다. 만약 산업수요가 좋은 돈의 결정적 조건이었다면 은, 백금, 구리 같은 금속들이 금보다 더 좋은 돈이 되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가장 강력한 가치저장형 화폐는 금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약점에 가까운 산업수요가 아니라 희소성입니다.
2. "대부분의 비트코인이 ETF·거래소·기관 커스터디에 있다"는 표현은 공개 데이터 기준으로 사실이 아닙니다.
BitcoinTreasuries.com, Bitbo 기준 공개적으로 추적되는 ETF·상장기업·정부·비상장기업·DeFi·채굴기업 등의 보유분은 최근 약 4.0M BTC, 즉 2,100만 개 기준 약 19% 수준입니다.
여기에 온체인 분석 기준 거래소 잔고 추정치, 대략 2.4M~2.7M BTC 수준을 가장 관대하게 전부 더해도 약 30% 전후입니다. 자료에 따라 30%를 조금 넘을 수는 있지만, “과반”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게다가 두 가지를 더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거래소 잔고의 상당 부분은 기관 자체 소유가 아니라 수많은 리테일 고객의 예치분이므로 이를 전부 “기관 커스터디 집중”으로 분류하는 것은 범주 오류입니다. 둘째, 영구 분실로 추정되는 코인도 수백만 BTC 규모로 추정되기 때문에, 공개 추적 기관성 보유분과 거래소 잔고만으로는 비트코인 보유 구조 전체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론상으로만 셀프커스터디가 가능하다”거나 “대부분의 비트코인이 ETF·거래소·기관 커스터디에 있다”는 표현은 공개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3. 다른 국가가 아니라 나이지리아를 인용하신 것은 말씀하신 포인트에서 빗나가는 것 같습니다.
나이지리아 사례는 "USDT는 성공했고 비트코인은 실패했다"가 아닙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송금·디지털 달러 접근성에서 강하고, 비트코인은 희소한 비국가 자산에 대한 보유·투자·탈출 옵션으로 여전히 강합니다. 즉 하나가 다른 하나를 완전히 대체했다기보다, 서로 다른 화폐 기능을 나눠 맡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실제로 보유·거래 기준으로는 나이지리아에서 비트코인이 매우 강합니다. IMF의 2025년 나이지리아 Selected Issues Paper("Regulating the Crypto Market in Nigeria", De Luna Martinez & Kale)는 "Bitcoin is the most popular crypto asset owned and traded by Nigerians"라고 명시하며, Consensys·YouGov 2024년 글로벌 서베이 기준 나이지리아 크립토 투자자의 약 62%가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거나 보유한 경험이 있다고 기재하고 있습니다. 즉 자유인 님이 말씀하신 "안정성 때문에 USDT가 쓰인다"는 관찰과, "나이지리아인들이 가장 많이 보유·거래하는 크립토 자산은 비트코인"이라는 IMF의 관찰은 동시에 성립합니다. 이것이 바로 기능 분담입니다.
P.S
제가 반론에서 말씀드린 법정화폐 건전성의 침식속도가 매우 느리다고 생각하시면(특히 미국달러) 말씀하신 USDT 등의 유용성은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며 비트코인을 피하셔도 상관없으실 것 같습니다.
반면 그 침식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하면 다른대안이 없다고 봅니다.
비트코인에 보험으로 비중 분배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