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 정보 알고 죽을 수 없다 시리즈 27편
미국에서 트래드와이프가 몇 년째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게 퍼지는 이유와 콘텐츠 구조와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6편에서 10대 남자애들한테 앤드류 테이트가 있다고 했는데, 여자 쪽에는 앞치마 두른 인플루언서가 있습니다. "트래드와이프(Tradwife)"라고 합니다. Traditional Wife의 줄임말인데, 번역보다 유튜브나 틱톡에서 검색하는 게 빨라요. 3초 만에 이해됩니다.
아니면 제가 올려둔 영상만 봐도 대충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근데 이걸 이해하려면, 왜 이게 먹혔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보수적이라서"가 아닙니다.
첫째. 비주얼적으로 pleasing합니다.
여기서 제일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나라 스미스라는 사람이에요. 전직 모델인데, 드레스를 입고, 매니큐어가 완벽한 손으로, 타코를 밀가루부터 만듭니다. ASMR 스타일로 소근소근 이야기하고, 조명은 영화 라이팅을 활용하고 있고, 요리도 정말 잘해요. 덕분에 영상 하나에 조회수가 수천만이 넘습니다. 그래서 먹히는 겁니다.
둘째, 어이없어서 봅니다.
"남편이 타코가 먹고 싶다고 해서요." 그래서 밀을 빻는 거? 라는 반응 자체가 댓글과 타 플랫폼에서 공유를 만들어요. 논쟁이 바이럴의 연료니까, "이게 말이 돼?"라고 달리는 댓글 수천 개가 알고리즘을 먹여 살립니다.
그래서 지금 바이럴 터지는 트래드와이프의 콘텐츠 파이프라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드릴게요. 왜 터지는지 아실 수 있게 될 겁니다.
첫 번째 레이어는 진짜 예쁜 영상으로 시작합니다. 사워도우, 코티지코어, 빈티지 드레스, 농장 풍경 등 aesthetically pleasing한 콘텐츠입니다.
두 번째 레이어는 "자급자족은 자유다" 스타일 콘텐츠입니다. 나만의 식량, 나만의 시스템, 정부에 의존하지 않는 삶에 대해 페티시화한 콘텐츠예요. 자급자족 농장을 만들고, 피클링 콘텐츠도 나오고, 뭐 많습니다.
세 번째 레이어는 "페미니즘이 여성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라는 콘텐츠로 변형됩니다. 남편에게 복종하는 것이 성경적이고 자연스럽다까지 금방 가요. 끝단에는 왜곡된 Gen Z적 종교적 신념까지 더해집니다.
첫 번째 레이어에서 시작해서 마지막 레이어까지 가는 데, 몇 시간 안 걸립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건 이 사람들은 전부 부자라는 거에요.
1. 나라 스미스는 전직 모델 부부입니다.
2. 한나 닐먼(발레리나 팜)의 시아버지는 억만장자 항공 재벌입니다.
3. "성경적 복종"을 설교하는 에스티 윌리엄스는 인플루언서 수입이 따로 있어요. 뒤에 보이는 스토브 가격이 2만~3만 5천 달러인 영상도 있었는데, 항공사 제트블루 CEO의 아내였습니다.
1950년대 여성에게는 절대 없었던 기회(콘텐츠 수입, 경제적 독립, SNS 플랫폼)를 이용해서, 1950년대 삶이 좋았다고 파는 거에요.
트래드와이프 운동을 SNS에서 홍보하는 사람 중에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말이죠. 페미니즘이 문제라고 사람들을 설득할 때도, 사실은 전혀 관심 없고, 돈 버는 데에만 관심 있습니다. 자기가 잘하는 게 이런 거였던 거에요.
셋째, 여기서 진짜 중요한 배경이 있어요.
사실 "자급자족" "나만의 시스템" "정부에 의존하지 않는 삶". 이거는 원래 좌파 거였어요. (아주 납작하게 적어본 겁니다)
미국 60~70년대에는 "백투더랜드(Back to the Land)" 운동이 있었어요. 도시를 떠나서 코뮨에서 자급자족하는 운동이었는데,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좌파 히피들이 시작한 겁니다.
현대 홈스테딩의 창시자로 불리는 니어링 부부는 채식주의자이자 사회주의자였어요. 뉴잉글랜드에서 오프그리드 농장을 운영하면서 "문제 많은 세상에서 온전하고 단순하게 사는 법"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아나키스트, 환경운동가, 반전 운동가들의 성경이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계속해서)
나만 이 정보 알고 죽을 수 없다 시리즈 26편
미국 10대 남자애들은 지금 전부 브로콜리입니다. 그리고, 이 머리를 한 애들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 뭔가 팔려는 것 같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크립토 브로, AI 영상 강사, 위탁판매 강사, "수입 공개" 스크린샷을 올리는 중고딩 강사들이 떠오릅니다. 에너지 드링크 들고, 헬스장 거울 앞에서 셀카 찍는 중학생에서 20대 초반 까지 말이죠.
참고로 옆을 밀고 윗머리만 파마를 해서 브로콜리 송이처럼 만드는 헤어스타일이에요. "브로콜리 컷" 또는 "주머 펌(Zoomer Perm)"이라고 부릅니다. 틱톡에서 시작됐고, 13살짜리 직모 남자애들이 미용실에 가서 파마를 해달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웃기깁니다. 10대의 유행이고, 모든 세대에 그런 게 있었으니까요.
근데 이 브로콜리 컷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1. 이 머리를 하는 애들이 다음에 검색하는 게 뭐냐면, "룩스맥싱(Looksmaxxing)"입니다. 외모를 최대화한다는 뜻이에요. 원래 인셀(비자발적 독신) 커뮤니티에서 나온 용어인데, 틱톡을 타고 10대 주류 문화로 올라왔습니다.
쉽게 말하면, 여성들이 수백 년간 사회적 압력으로 겪어온 것들(외모 평가, 체형 비교, 성형 압박, "못생기면 끝"이라는 메시지)을 온라인 상 남자애들이 게이미피케이션해서 하고 있는 겁니다.
2. 가벼운 버전이 있어요. 스킨케어, 치아 미백, 그리고 뮤잉(mewing)입니다. 혀를 입천장에 붙여서 턱선을 만든다는 운동인데, 의사들은 효과 없다고 합니다.
하드코어 버전이 있어요. 본스매싱(bonesmashing)입니다. 얼굴뼈를 때려서 재형성한다는 건데, 66%는 관심을 받기 위한 액션이고, 33%는 진심입니다. 이외에도 턱뼈 수술, 안와 주변을 문지르는 행위, 에지맥싱 같은 것도 있어요.
3. 그리고 이 파이프라인의 끝에 앤드류 테이트가 있습니다.
연구진이 매노스피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가짜 10대 남자 계정을 틱톡과 유튜브 쇼츠에서 만들었습니다.
몸 키우는 헬스 팁이나 스포츠 영상만 검색했어요. 매노스피어(남성 우월주의 커뮤니티) 관련 검색은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30분 안에 모든 계정에 매노스피어 콘텐츠가 추천됐어요. 유튜브 쇼츠의 경우 추천 콘텐츠의 절반 이상이 유해한 남성성 콘텐츠였습니다.
경로는 이렇습니다.
브로콜리 컷 관리법 검색 -> 외모 관리 영상 -> 룩스맥싱 -> 뮤잉 -> 알파 vs 베타 -> 앤드류 테이트
운동에 대해 파는 게 아니라, 불안함을 파는 산업이 되었습니다.
여성들한테는 이게 뷰티 산업이었습니다. "이 크림 안 바르면 늙는다", "이 시술 안 하면 뒤처진다". 남자애들한테는 허슬 산업입니다.
앤드류 테이트의 "허슬러스 유니버시티"는 월 20만원짜리 유료 멤버십이고, 불안할수록 결제합니다. 요즘 유명한 인플루언서 "클라비큘라"는 남자를 등급 매기는 시스템으로 돈을 벌고 있어요. 트위터에서 브로콜리 헤드 프사로 "한 달에 1만 달러 버는 법"을 파는 애들은, 그 구조의 하위 유통망입니다.
나중에 여기에 대해 더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