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에 대한 건강한 무시 | 260308
$GOOG
1. "불가능한 것에 대한 건강한 무시(a healthy disregard for the impossible)"라는 문구는 래리 페이지(Larry Page)가 직접 만든 말이 아님. 그가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재학 시절 참가한 '리더십'(LeaderShape)이라는 여름 리더십 프로그램의 슬로건이었음. 페이지는 이 문구가 자신의 인생과 구글 창업에 미친 영향을 두고 "그 이후 항상 내 마음속에 살아 있었다"고 말했음. 단순한 동기부여 문구 하나가 수천억 달러짜리 기업의 철학이 된 셈임.
2. 페이지가 이 철학을 공개적으로 주요 원칙으로 선언한 것은 2009년 미시간대 졸업식 연설에서였음. 그는 졸업생들에게 "이 학교에서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며, LeaderShape 프로그램에서 얻은 이 슬로건을 소개했음. "당시에 미친 아이디어처럼 보이는 것을 추구하도록 그 프로그램이 나를 격려했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었음.
3. 이 철학이 실제로 구글을 만들었음. 페이지가 스탠퍼드 박사 과정에 있던 1996년, 그는 "월드와이드웹 전체를 다운로드해서 링크 구조를 분석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음. 당시 지도교수들조차 실현 불가능하다며 만류했지만, 그는 그 아이디어를 밀어붙였고 결과물이 바로 페이지랭크(PageRank) 알고리즘, 즉 구글의 핵심 검색 엔진이었음. "불가능에 대한 건강한 무시"가 처음으로 실제 제품이 된 순간이었음.
4. 페이지가 이 철학을 가장 명확하게 구조화한 것이 "10배 사고(10x thinking)" 혹은 문샷 씽킹(Moonshot Thinking)임. 그의 논리는 단순하지만 강렬함. 10% 개선을 목표로 하면 수백 개의 경쟁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야 하지만, 10배 개선을 목표로 하면 아무도 그 방향을 가지 않기 때문에 경쟁자가 사라진다는 것임. "야망이 클수록 진전이 더 쉬운 이유는, 아무도 그 일을 시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최고의 인재들도 모인다. 왜냐하면 최고의 사람들은 가장 야망 있는 일에 일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5. 이 10배 사고의 제도화된 산물이 구글X(Google X), 현재의 X(구 구글X 연구소)임. 2010년 설립된 이 비밀 연구소는 공식적으로 "달에 샷을 쏘는 공장"이라 불리며, 상업적 타당성이 아니라 기술적 가능성만을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선정함. 자율주행 자동차(Waymo), 구글 글래스, 기구를 통한 인터넷 공급 프로젝트 룬(Loon), 스마트 콘택트렌즈 등이 모두 구글X에서 시작됐음. 이 중 일부는 실패했고 일부는 세계를 바꿨음.
6. 페이지는 회사 전략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했음. 와이어드(Wired)와의 2013년 인터뷰에서 그는 "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법적 문제나 경쟁 때문이 아니라 나쁜 선택을 하거나 야망이 부족해서"라고 말했음. 그가 CEO이던 시절 구글은 유튜브를 16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당시 많은 투자자들은 과도한 금액이라고 비판했음. 하지만 페이지는 유튜브의 잠재력이 그 가격을 정당화한다고 밀어붙였고, 유튜브는 현재 구글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로 성장했음.
7. 이 사고방식의 부산물로 탄생한 또 다른 구글 문화가 '20% 시간(20% time)'임. 직원들이 업무 시간의 20%를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쓸 수 있도록 허용한 정책인데, 그 결과 지메일(Gmail), 구글 뉴스, 구글 애드센스가 탄생했음. 애드센스는 원래 웹을 이해하기 위한 실패한 실험의 부산물이었는데, 페이지는 이 실패에서 현재 구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엔진을 건져냈음. "실패해도 좋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그의 철학이 조직 제도로 구현된 사례임.
8. 2015년 페이지가 구글을 알파벳(Alphabet)이라는 지주회사 구조로 재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됨. 월마트나 구글처럼 성공한 사업이 커질수록 혁신 프로젝트가 내부 관료주의에 질식당하는 현상, 즉 '혁신자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를 막기 위한 구조적 처방이었음. 구글의 검색·광고 사업이 돈을 벌어 웨이모, 딥마인드, 버릴리(생명과학)처럼 수십 년 후를 겨냥한 베팅에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를 만든 것임. 불가능에 대한 무시를 조직 구조로 제도화한 것임
9. 이 철학의 실제 한계도 분명히 존재함. 구글 글래스는 소비자 거부감으로 실패했고, 룬(Loon)은 2021년 상업성 부족으로 접혔으며, 구글이 시도한 수많은 소셜 서비스도 페이스북의 벽을 넘지 못했음. 페이지 본인도 "경쟁에 집착하면 회사가 서서히 죽어간다"고 말했지만, 정작 구글 플러스는 페이스북을 의식한 전략적 판단에서 탄생해 실패로 끝났음. 10배 사고가 성공의 공식이 아니라 탐색의 공식이라는 점을 이 실패들이 보여줌.
“To do something different, you need a healthy disregard for the impossible.”
~ Larry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