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이제는 OC가 되버린 친구들의 소설입니다. 장르는 그냥 아벨피터라고 합시다.
국방부 시계처럼 D-day를 설정하면 시간은 더 느리게 간다. 아벨과 피터는 휴가를 낸 뒤로 회사 시계가 고장났다고 확신했다. 월요일. [아벨] D-19 [피터] 힘내십시오 [아벨] 시간 더럽게 안 가네 [피터] 방금 출근했습니다. 화요일. [아벨] D-18 [피터] 왜 하루밖에 안 줄었습니까 [아벨] 나도 그 생각함 수요일 [아벨] D-17 [피터]...
금요일 밤. 저녁은 이미 먹었고 식탁도 정리되어 있었다. 둘은 평소처럼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TV는 켜져 있었지만 아무도 제대로 보고 있지는 않았다. 아벨은 몇 번째 주머니 안쪽에 들어 있는 작은 반지 케이스를 만지고 있었다. 퇴근길부터 분명 있는데도 자꾸 확인하게 됐다. "피터." "네 형." 피터가 고개를 돌렸다. 아벨은 잠시 망설이다 손을...
거실은 조용했다. 천장 조명은 하나만 켜져 있었다. TV 화면만이 어두운 방 안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둘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로맨스 영화였다. 아벨은 사실 내용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그냥 옆에 앉은 피터가 이상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몰랐다. 그런데 화면 속 남녀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피터의 표정도 점점 진지해졌다. 눈이...
금요일 저녁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온 아벨은 가방을 내려놓다가 문득 말했다. "내일." 소파에 앉아 있던 피터가 고개를 들었다. "네." "종로 갈래?" 피터 눈이 바로 밝아졌다. "경기 보러갑니까?" "어."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갑니다." 너무 빠른 대답이었다. 아벨은 결국 웃었다. 다음 날 경기장은 시끄러웠다. 응원 소리가...
집은 조용했다. 저녁도 먹었고 설거지도 끝났다. TV는 켜져 있었지만 둘 다 제대로 보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소파에 나란히 앉아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피터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형." "왜." 아벨은 시선을 TV에 둔 채 대답했다. 피터는 뭔가 말을 하려다가 잠깐 멈췄다. "아..." 생각이 끊긴 사람처럼 입술만 달싹였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냉장고에서 소주를 한병 꺼내왔다. “술은?” “됩니다.” “그럼 한 잔 해.” 아벨은 두 손으로 익숙하게 소주를 받았다. 안드레아는 그 광경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도 잔을 들었다. 다같이 첫 잔을 비웠다. 아버지는 기분이 좋으신지 바로 두번째 잔을 채우셨다. (또 시작인가...) 두 번째도 말리기도 전에 다같이 잔을 비웠다. 아버지 얼굴은...
서울에서 출발하는 건 항상 비슷했다. 짐도 거의 없고, 준비라고 해봐야 시간 맞춰 나오는 정도였는데 문제는 이동이었다. 길을 몰라서 힘든 게 아니라, 알고 있어서 더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붙는다. 지하철 타고, 환승하고, 또 환승하고. 중간에 앉으면 좀 낫고, 못 앉으면 그냥 서서 간다. 말도 거의 안 한다.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어디까지 가는지,...
안드레아는 휴가를 나오자마자 서울로 올라왔다. 원래는 고향부터 갈 생각이었다. 근데 발길은 먼저 형 쪽으로 향했다. 형은 서울에 있었고, 고향 집은 언제 가도 있었다. 안드레아는 골목 입구에서 멈춰 섰다. 익숙한 길이었다.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 그런데. "어?" 고개를 들었다. 건물이 없었다. 정확히는 형이 살던 건물이 없었다. "뭐야." 한...
부서 복귀 첫날. 프로젝트룸은 철수하고 모두 각각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피터와 유다, 네로는 기존 CX팀 사무실로, 아벨은 기술팀 사무실로 옮기면서 같은 층이지만 사무실이 달라져 거리가 생겼다. 피터는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바로 메신저 창을 열었다. [피터] 자리 도착했습니다. [아벨] ㅇㅇ 일해 [아벨] 아침부터 일 많다. ㅜ 자리는 떨어졌지만...
저녁 무렵 둘은 함께 마트에 나와 있었다. 피터는 눈을 빛내며 여러 물건을 비교해 가며 카트에 담고있었고, 아벨은 무거워지는 카트를 피터가 가자는 대로 끌면서 따라가고 있었다. 아벨은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다. 채소 몇 개 사고 고기 좀 사고, 그 정도일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카트 안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형." 피터가 선반 앞에서 초록색...
다음 날 저녁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거실에 앉아 있던 아벨이 고개를 들었다. "왔어?" 문 쪽을 바라보자 피터가 가방을 든 채 서 있었다. "네. 말씀하신 대로." 아벨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피터가 들고 있는 가방으로 향했다. 꽤 컸다. 하룻밤 묵으러 온 사람의 짐이라기에는 조금 애매하고, 그렇다고 이사 짐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크기였다. 아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