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있다.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주말에도 업무 메시지를 보내며, 회의 때마다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사람. 알고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
결혼도 아이도 선택하지 않은 채 오로지 커리어 하나만 붙들고 달려온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사무실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다. 삶의 전부다.
육아 때문에 조퇴할 일도 없고, 배우자 생일을 핑계로 칼퇴할 이유도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조직에서 가장 믿음직한 사람이 된다. 속도도 빠르고, 성과도 좋고, 언제나 자리를 지킨다. 완벽한 직원이다.
문제는 그 완벽함이 슬슬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아이가 아파서 반차를 쓰는 동료를 보며 속으로 생각한다. 나는 저런 적 없는데. 그 생각이 말로 나오는 순간 팀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그리고 이들에게 권력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다. 존재 이유에 가깝다. 내 한마디에 팀이 움직이고, 내 결재 없이는 일이 진행되지 않는 그 감각. 그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퇴직하는 날, 그 감각은 사원증과 함께 반납된다.
화려한 커리어, 두둑한 통장, 그리고 텅 빈 저녁. 훈장은 분명히 빛나는데, 달아줄 사람이 없다. 그게 이 삶의 가장 조용한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