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프랑수아즈 사강
열여덟 소녀가 맨발로 스포츠카를 몰고 나타나 "슬픔이여 안녕"이라며 냉소적인 인사를 건넸을 때, 세상은 새로운 천재의 탄생에 환호했습니다.
18세에 데뷔작 <슬픔이여 안녕>으로 단숨에 전 세계적이 스타가 되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로 어린나이에 거장이 되어버린 프랑수아즈 사강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조명 뒤에서 프랑수아즈 사강의 시계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감각은 한 번 정점을 맛보면 같은 자극에 빠르게 익숙해진다고 합니다. 너무 일찍 그 정점에 오른 그녀에게 평범한 일상은 더 이상 아무것도 주지 못했고, 그 권태를 메우기 위해 그녀는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를 둘러싼 무수한 기행 중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은 1995년의 법정일 겁니다.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된 사강은 자신을 비난하는 법정을 향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고 나직하게 뱉었습니다. 이 한마디는 단순한 중독자의 변명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에게는 자신을 망칠 자유까지도 포함된 완전한 자유가 있다는, 사르트르의 시대를 함께 살아온 한 자유주의자의 선언이었죠.
그러나 그 화려함의 뒤편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있었습니다. 카지노에서 딴 돈으로 대저택을 사고 대통령의 비호를 받던 삶 한구석에는 깊은 고독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파괴할 자유를 끝까지 누렸지만, 그 자유의 대가를 나눠질 사람은 결국 그녀 자신뿐이었습니다.
치명적인 사고 끝에 찾아온 약물의 늪과 쓸쓸했던 말년을 보면, 그녀의 호기롭던 외침이 사실은 "누구든 좋으니 이 외로움에서 나를 구원해달라"던 절박한 신호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파멸마저 온전히 제 몫으로 책임지려 했던 사강의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그것은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의 낭만이었을까요, 아니면 결핍이 만들어낸 비극이었을까요.
그럼에도 삶 자체를 한 편의 소설처럼 살아낸 이 천재의 뒷모습은, 칠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