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 실거주의무를 풀어 전세 공급을 늘리자고 한다. 명분은 전세난이다. 듣기엔 그럴듯하지만 시장에 떨어지는 신호는 정반대다.
실거주의무를 푼다는 건 집을 사고도 들어가 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 집에 전세를 놓으면 적은 돈으로 집을 사들이는 갭투자가 다시 성행한다. 전세 몇 채가 풀리는 사이에 매수 수요가 붙고 집값이 밀려 올라간다. 전세를 늘리겠다는 약속이 실제로는 집값 버블을 키우는 장치로 돌아간다.
시세차익은 전매제한과 양도세가 환수한다는 말도 허술하다. 그건 팔고 난 뒤에 일부를 걷는 사후 정산이다. 실거주의무는 처음부터 투기 매수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 둔 빗장이다. 이준석이 풀자는 게 바로 그 빗장이다. 청년 전셋집 몇 채를 미끼로 투기의 문을 다시 여는 셈이다.
당장 표가 되는 숫자를 앞세워 규제를 풀고, 뒤따라올 버블은 책임지지 않는다. 이게 이준석식 무책임이다.
그렇다고 이재명 정부가 떳떳한 것도 아니다. 버블을 잡는 진짜 카드는 보유세와 금리다. 그런데 보유세는 만지작거리기만 하다 시장에 공포만 흘렸다. 올릴 거면 벼락같이 쳐서 투기 심리를 한 번에 꺾어야 한다. 어정쩡하게 신호만 주니 매물은 안 나오고 불안만 커진다. 금리 인상 카드에도 정부는 계속 소극적이다.
전세난을 풀려면 투기부터 멈춰야 한다. 실거주의무는 그대로 둬야 한다. 대신 보유세로 결단을 내리고 금리를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결국 빗장을 풀자는 이준석이나, 칼을 빼들지 못하는 이재명이나 같은 시장을 거꾸로 읽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