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년 전, 지방 소도시 노상에 주차하다가 검정색 마이바흐 앞을 박았음
원래 주차할 때 엄청 조심하는 편인데
그날따라 홀린 듯이 조심성이 없었음
차에서 내려 확인하자마자 '아, 조졌다' 싶었음
바로 차주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지금 애들이랑 놀고 있어서요. 내일 밝을 때 공업사 들러서 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래도 혹시 몰라 바로 보험 접수를 해뒀음
다음날, 차주에게 연락이 옴
근데 대답이 내 예상과 너무 달랐음
"어차피 심하게 파인 것도 아니고 도색 간단히 하면 되니까 보험은 취소하시죠. 대신 나중에 본인한테 비슷한 일 생기면, 그때 좋게좋게 해결하고 넘어가 주세요."
본인에게 짜증 나는 일이 일어났음에도
가족과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고
남의 실수를 여유롭게 덮어줄 수 있는
그 '압도적인 마음의 여유'가 너무 부러웠음
그가 꼭 돈이 많아서만 그런 대인배였던 건 아닐 거임
하지만 그때 개인적으로 느낀 건,
자본체력을 키워야 한다
단순히 좋은 차, 좋은 집을 사기 위함이 아님
내 삶에 예기치 못한 스크래치가 났을 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웃어넘길 수 있는 방어력
그 여유를 갖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걸 배웠음
6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투자를 하고 자본주의를 공부할수록
문득문득 그때 마이바흐 차주가 보여준 여유가 떠오름
그거 아세요? 선행은 돌고 돕니다.
얼마 전 쇼핑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차를 긁었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주차장으로 나가 보니 스크래치가 선명하게 나 있더군요.
저를 보자마자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셔서, 그냥 말씀드렸습니다.
“괜찮습니다. 이 정도면 공업소 가서 칠하면 됩니다.”
그리고 얼마 뒤, 데이트를 하다가 여자친구가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신용카드, 운전면허증, 민증 중요한 건 전부 들어 있던 지갑이었습니다.
솔직히 못 찾을 줄 알았어요.
카드를 정지해야 하나 싶었는데 몇 시간 뒤
경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누군가 지갑을 주워서 맡겨주었다고 하더군요.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돌아왔습니다.
그 날 우리는 다시 다짐했습니다.
남을 돕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