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성상현 부부장님 글에 더해 한 가지를 더 생각해보면...
1.
원글에서는 미래 화폐 체제의 핵심 자산으로
금과 비트코인을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 너무 공감하고 설득력이 강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금은 5,000년 동안 신뢰를 축적해 온 자산이고,
비트코인은 디지털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희소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움직임을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이 떠오른다.
미국은 정말 금과 비트코인만을 보고 있을까?
2.
어쩌면 미국은 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달러 체제는 시대마다 서로 다른 담보
위에 세워졌다.
1) 20세기 초 달러 체제
금 담보 -> 달러
2) 70년대 페트로달러 체제
석유 군사력 국채를 담보 -> 달러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전혀 다른 담보들의 조합..
3.
최근 미국의 움직임을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논의한다.
-AI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의 지분 확보 방안을 공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공급망에 있어서 미국 기업 뿐 아니라
한국의 삼성, 하이닉스 같은 기업도 대상이 되고 있으며
심지어 이들 기업의 지분 투자도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는 상황.)
-양자컴퓨팅과 에너지 산업에도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리게티, IBM 등과 같은 양자컴퓨팅 회사에 20억달러 지분 투자를 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 지분 확보나
국부펀드 논의까지 등장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서로 다른 정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하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미국은 달러의 신뢰를 무엇으로 뒷받침하려 하는가?"
4.
달러의 가장 큰 강점은 단순히 미국 정부가 발행한다는
사실이 아니다.
정말은 사람들이 달러를 믿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신뢰의 배경에는 제도와 군사력, 생산성,
그리고 자산이 존재한다.
과거에는 금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에는 석유와 군사력, 그리고 세계 최대 규모의
국채시장이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5.
하지만 AI 시대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인류가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자산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래의 핵심 자산이 금이나 석유가 아니라
AI
반도체
데이터
에너지
디지털 자산
이라면 어떨까.
6.
그렇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자산들을
가능한 한 달러 체계 안으로 편입시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최근 움직임을 보면 그런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미래의 달러 체제는
오히려 다음과 같은 모습일 수도 있다.
7.
미래의 다층 담보 체제 (가설)
담보는
금 비트코인 AI 기업 지분 반도체 기업 지분 에너지 자산 가치가 높은 부동산 국채 -> 달러
여기서 중요한 점은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 가설대로라면 미국은 금과 비트코인, 그리고
AI와 반도체 같은 생산 자산까지 모두 흡수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달러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8.
예를 들어 미국이 세계 최고의 AI 기업과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거나 영향력을 유지한다면,
그 기업들의 성장과 수익은-> 세수 증가와 국가 순자산 확대로 이어지고 -> 국가 재정 개선으로 이어지며 -> 국채 신뢰를 높이고 -> 결국 달러 신뢰를 강화하게 된다.
즉 미래 달러 체제의 핵심은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거대한 국가 대차대조표일 수 있다.
9.
그래서 앞으로의 질문은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것인가?"
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미국은 앞으로 어떤 자산들을 달러 체계 안으로 편입시킬 것인가?"
10.
만약 그 답이 금과 비트코인에 더해
AI, 반도체, 에너지, 부동산까지 포함한다면,
우리는 지금 새로운 형태의 달러 패권이 탄생하는
초기 단계를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투자의 방향도 생각보다 단순해질 수 있다.
결국 달러 체계가 흡수할 가능성이 높은 자산을
찾는 게임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참고로 글이 좀 깁니다.
포트녹스의 금, 미국의 비트코인 그리고 다음 화폐 체제
1971년 미국은 금을 포기했다.
정확히 말하면 금을 버린 것이 아니라 금과 달러의 교환 약속을 중단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과 복지 지출 확대, 그리고 누적된 재정 적자로 인해 달러를 과도하게 발행하고 있었다.
문제는 브레튼우즈 체제 아래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언제든 달러를 금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미국은 선택했다.
금을 지킬 것인가.
달러 체제를 지킬 것인가.
닉슨은 후자를 선택했다.
그 순간 브레튼우즈 체제는 끝났고, 세계는 완전한 신용화폐 시대에 진입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이후 벌어진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금이 화폐에서 퇴출되었으니 가치가 하락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1971년 온스당 35달러였던 금 가격은 이후 수십 배 상승했다.
왜일까.
금의 가치가 오른 것이 아니다.
달러의 희소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금은 변하지 않았지만 화폐 공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미국은 새로운 해답을 찾았다.
바로 페트로달러였다.
석유 거래를 달러로 결제하게 만들면서 미국은 금 대신 원유를 중심으로 새로운 글로벌 화폐 질서를 구축했다.
금본위제는 끝났지만 달러 패권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전환점 앞에 서 있다.
미국 국가부채는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AI 인프라 투자와 고령화, 재정적자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으로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첫째, 성장.
둘째, 증세.
셋째, 디폴트.
넷째, 인플레이션.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는 마지막 방법을 선택했다.
명목 GDP를 높여 부채의 실질 가치를 희석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은 AI 혁명이라는 강력한 생산성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AI가 실제로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면 미국은 과거처럼 단순한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활용해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등장한다.
만약 다음 화폐 체제가 등장한다면 미국은 무엇을 담보로 사용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패권국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자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체제를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흥미로운 시나리오는 미국이 금과 비트코인을 동시에 활용하는 경우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금이 뉴욕 연준에 보관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미국 금 보유량의 대부분이 켄터키주 포트녹스에 저장되어 있다.
포트녹스의 금 보유량은 뉴욕 연준 금고의 약 10배에 달하며, 이는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의 금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다.
금은 5,000년 동안 검증된 신뢰 자산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17년 동안 단 한 번도 공급 규칙이 변경되지 않은 디지털 희소 자산이다.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시대의 신뢰 기술이다.
금이 아날로그 시대의 신뢰라면 비트코인은 디지털 시대의 신뢰다.
이 관점에서 보면 최근 미국 정부와 정치권이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파괴하기보다 흡수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달러는 결제 수단.
국채는 금융 담보.
금은 국가 신뢰.
비트코인은 디지털 준비자산.
이 네 가지가 공존하는 구조다.
실제로 미래의 스테이블코인 체제는 이러한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일상 거래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담당하고, 은행 시스템은 국채를 담보로 작동하며, 극단적 위기 상황에서는 금이 최종 안전판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위에 비트코인이 디지털 시대의 초국가적 준비자산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이는 브레튼우즈도 아니고 페트로달러도 아니다.
어쩌면 인류 최초의 하이브리드 화폐 체제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금을 죽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폐의 역사는 대체의 역사가 아니라 적층의 역사였다.
그래서 앞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것인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미국은 포트녹스의 금과 디지털 시대의 비트코인을 어떻게 자신의 패권 안으로 흡수할 것인가.
향후 10년 화폐 시장의 승자는 비트코인도, 금도 아닐 수 있다.
둘을 동시에 품게 될 "디지털 달러 체제"일 수도 있다.
이상입니다.
P.S 많은 사람들은 "AI가 발전하면 비트코인이 필요할까?"라고 묻는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AI가 인간보다 더 많은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 그 경제의 최종 담보는 무엇이 될까?"
산업화 시대의 최종 담보는 금이었다.
달러 패권 시대의 최종 담보는 미국 국채였다.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Digital Gold)" 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AI와 비트코인의 연결고리는 단순히 "결제"가 아니다.
AI가 만드는 새로운 경제 규모와, 그 경제가 필요로 하는 신뢰의 저장 수단이다.
과거 포트녹스의 금이 브레튼우즈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듯이, AI 경제가 커질수록 비트코인은 디지털 시대의 포트녹스 역할을 향해 갈 수 있다.
맞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같은 자산은 주가처럼 분기 실적을 보고 투자하는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화폐 체제의 변화와 기술 혁신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가격은 매일 변하지만 시대는 수십 년에 걸쳐 움직인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차트가 아니라 시대의 방향성에서 결정된다.
나는 주식을 볼 때 매크로를 공부했고, 비트코인을 볼 때 화폐의 역사를 공부했다.
결국 둘 다 같은 질문으로 이어졌다. 돈은 어디로 흐르는가, 그리고 사람들은 무엇을 신뢰하는가. 지금의 관점은 그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이다.
물론 나도 안다.
이런 글을 쓰면 누군가는 최근 하락한 가격을 가져와 조롱할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공부할수록 알게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세상의 큰 변화는 언제나 비웃음과 회의 속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