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이 증가하면 가치가 폭락한다. 가치가 폭락한 시장에선 사람들이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다. 옛날엔 삶을 걸고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은 글이나 사진이나 그냥 가벼운 데코레이션이 되었다.
AI가 글을 너무 싸게 만들면서, 긴 아티클의 가치는 오히려 더 비싸지고 있다.
예전에는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비용이자 프리미엄 이였다. 글쓴이가 구글링으로 자료를 찾고, 문장을 고치고, 생각을 정리하고, 몇 번씩 지우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긴 글에는 기본적으로 글쓴이의 인사이트라는 어떤 묵직한 무게가 있었다. 잘 썼는지와 별개로, 적어도 누군가가 자기 시간을 갈아 넣었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AI가 그 비용을 거의 0에 가깝게 만들어 버리는 시대. 이제 누구나 10초 만에 3,000자짜리 글을 뚝딱 만들 수 있다. 제목도 만들고, 구조와 초안도 잡고, 사례도 넣고, 결론도 그럴듯하게 만는다.
겉으로 보면 진짜 프로가 쓴 긴 보고서 같은 글이다. 하지만 구독자는 금방 이질감을 느낀다 구독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렇게 쓴 글에는 사람이 머문 흔적이 없다는 걸 말이다.
문장과 내용은 멀쩡한데 이상하게 기억에 전혀 안 남는다. 정보는 있는데 사람의 냄새가 없다. 논리는 있는데 의미가 안 돈다. 이유는 간단하다. AI가 만든 인스턴트 글은 대부분 “생각의 결과물”이 아니라 “글의 형태를 흉내 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AI와 테크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AI로 오탈자를 잡고 문단을 눈에 보이게 나눠달라고 한다.
이것 조차도 안한다고 하면 자기기만이자 구독자를 향한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문명의 이기는 쓰라고 있는 거다 특히 나 같이 테크 글을 쓰는 사람은 더더욱 글의 오류를 잡는데는 써야 된다고 본다.
좋은 글에는 글쓴이가 썼다 지웠다 한 흔적이 들어 있다. 바로 말할 수 있었지만 말하지 않고, 한 번 더 의심을해보고, 처음 떠오른 결론을 버리고, 더 깊은 생각의 바닥까지 내려간 흔적이 있다. 이 흔적이 글의 밀도를 촘촘히 만든다.
독자는 그걸 논리적으로 분석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안다. 이 사람은 그냥 요약한 게 아니라, 이 주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 주제 안에서 한동안 살았구나.
AI 글의 가장 큰 약점은 답이 너무 빨리 나온다는 점이다. 빠른 답은 정보를 찾는 사람에게는 편하지만, 빠른 답은 대개 평이하다. 왜냐하면 인사이트는 첫 번째 생각에서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첫 번째 생각은 대부분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두 번째 생각도 아직 뻔하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로 밀고 들어갈 때 비로소 인사이트의 차이가 보인다.
“AI가 글쓰기를 쉽게 만들었다”는 말은 누구나 글을 작가 처럼 쓸 수있다는 거다.
그래서 반대로 AI가 쉬운 글을 무한히 늘리면서, 인사이트 있는 글은 더 눈에 띄게 됐다.
남는 것은 글쓴이의 인사이트다.
관점은 뚝딱 안 나온다. 관점은 많이 읽고, 오래 보고, 틀려보고, 자기 생각을 부끄러워하고, 다시 고치는 과정에서 생긴다고 본다. AI는 그럴듯한 관점을 만들 수 있지만, 자기 돈을 잃어본 사람의 관점과 리스크 테이킹은 못 만든다.
밤새 디버깅하다가 하나의 에러 메시지에서 세계관이 바뀐 사람의 문장은 못 만든다. 어떤 주제에 몇 달 동안 꽂혀 있다가 남들이 못 보는 연결을 보는 직관은 못 만든다.
이 글에 인간의 인사이트가 들어갔는가.